노션 병(病) 탈출기: 예쁜 템플릿만 모으다 정작 쓰지 않게 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프로인포랩입니다. 요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이른바 '갓생(God+인생)'을 산다는 사람들의 필수품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생산성 메모 앱인 '노션(Notion)'입니다.

깔끔한 디자인에 다이어리, 가계부, 독서 기록, 회사 업무까지 하나로 다 관리하는 사람들의 화면을 보면 "나도 저렇게 멋지게 내 삶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가 부여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소 덜렁거리는 성격을 고쳐보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노션에 가입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유튜브와 구글을 뒤지며 고수들이 만들어 놓은 '무료 템플릿'을 다운로드하는 것이었습니다. 화려한 진행률 바(Bar)가 움직이고, 캘린더가 척척 연동되는 복잡한 대시보드 템플릿을 제 노션으로 복사해 오며 엄청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뿌듯함은 정확히 3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겪었던 이른바 '노션 병'의 실체와, 초보자가 노션을 포기하지 않고 진짜 내 삶의 무기로 만드는 첫 번째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복잡한 템플릿이 낳은 '노션 병'의 비극

제가 다운로드했던 남의 템플릿은 보기에만 예뻤지, 막상 제 일상을 기록하려고 하니 어디에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가계부 항목에 커피값을 하나 적으려 해도 카테고리를 설정해야 했고, 독서 노트에 책 제목을 적으려니 저자, 출판사, 별점, 태그까지 입력해야 할 칸이 수십 개였습니다. 처음 며칠은 억지로 빈칸을 채워 넣었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노션을 켜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트레스'이자 '업무'로 다가왔습니다.

결국 저는 텅 빈 화려한 템플릿만 남겨둔 채, 다시 예전처럼 스마트폰 기본 메모장과 종이 다이어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남들이 만들어둔 완벽한 시스템에 내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발생한 부작용, 즉 노션을 꾸미는 데만 집착하고 정작 기록은 하지 않는 전형적인 '노션 병'에 걸렸던 것입니다.

노션은 '완성된 집'이 아니라 '빈 땅과 벽돌'입니다

이 실패를 겪고 나서 노션 관련 서적을 읽으며 깨달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엑셀이나 한글 프로그램이 정해진 틀을 제공한다면, 노션은 아무것도 없는 '빈 땅'과 집을 지을 수 있는 '벽돌(블록)'만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고수들의 화려한 템플릿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업무 방식에 맞춰 수개월 동안 벽돌을 쌓고 허물며 완성한 '그들만의 맞춤형 집'입니다. 초보자가 그 집에 갑자기 들어가면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몰라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노션을 진짜 잘 쓰기 위해서는 남의 완성된 집을 훔쳐 오는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아주 작은 방 한 칸부터 내 손으로 직접 벽돌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화려함을 버리고 아주 작게 시작하기

그래서 저는 모든 템플릿을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새 페이지'를 만들어 가장 기초적인 기능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오늘 해야 할 일 3가지를 텍스트로 적고 체크박스(ㅁ)만 달아두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그것만 썼습니다. 그러다 체크박스 옆에 날짜를 적고 싶어져서 기능을 찾아 추가했고, 그다음에는 완료된 일과 못한 일을 나누고 싶어져서 '표(데이터베이스)' 기능을 공부해서 적용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세팅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내가 기록하다가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하나씩 노션의 기능을 추가해 나가니 비로소 노션이 제 삶에 딱 맞게 최적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 노션은 겉보기엔 투박할지 몰라도, 제가 눈 감고도 어디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 다 아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저만의 디지털 서재가 되었습니다.

[주의 및 한계 명시] 도구는 목적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생산성 도구라도 그것이 내 삶을 기적처럼 바꿔주지는 않습니다. 노션은 내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과 일정을 보조해 주는 훌륭한 서랍장일 뿐, 그 서랍장을 채우는 것은 결국 매일 꾸준히 기록하려는 나의 '의지'와 '습관'입니다. 툴의 기능이나 디자인에 얽매여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지금 내 손에 잡히는 볼펜과 수첩처럼 아주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하시기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핵심 요약

  • 초보자가 고수들의 화려하고 복잡한 템플릿을 무작정 복사해 오면, 사용법을 몰라 결국 기록을 포기하게 됩니다.

  • 노션은 완성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가 직접 조립하는 블록이므로, 남의 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해서는 안 됩니다.

  • 아무것도 없는 빈 페이지에서 오늘의 할 일 적기 등 아주 단순하고 작은 기록부터 시작하여 내게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덧붙여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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